수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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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아침에 내가 태어난 나라가 바다에 가라앉아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게 된다면. 모국어로 대화할 수 있는 사람도 함께 사라졌다면. 비단 고독하고 쓸쓸한 일이기만 할까.

모국어인 일본어와 독일어를 넘나들며 작품 활동을 해온 세계적인 작가 다와다 요코(65)는 오히려 "모어 바깥으로 나가는 즐거움"에 대해 말한다. 최근 국내 출간된 이른바 '히루코 3부작'에서 고국을 잃고 유럽 각국을 떠도는 히루코의 여정을 그리면서다.

독일로 건너갈 당시만 해도 그는 독일어로 글을 쓸 생각은 전혀 없었다고 한다. 당시 서적 수출 회사의 연수 사원으로 2년만 독일에 머무를 계획이었다. 체류 기간이 길어질수록 그는 낯설었던 독일어가 익숙해지고 모어인 일본어가 낯설어지는 새로운 경험을 했다. 그는 "자연스레 독일어 창작 활동으로 이어졌고, 독일어가 제2언어가 됐다"고 했다. 모어에서 한 발짝 떨어져 외국어를 통해 오히려 모어를 더 민감하게 감지할 수 있었다고 한다.

물론 2개 언어로 창작할 때 에너지 소모가 크다는 게 그의 말이다. 그는 "독일어로 쓰다 일본어로 전환하려고 하면, 일본어 단어가 생각나지 않는 일종의 기억 상실을 경험하는데 여기서 원래 나로 돌아오는 데 굉장히 많은 에너지가 든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점이 더 크다. 그는 "지금까지 써온 것에서 조금 더 발전시켜 나아가는 것은 문학이 아니라 기술"이라며 "새로운 것을 쓸 때는 아무것도 없는 상태인 0에서 다시 출발하겠다는 마음가짐이 꼭 필요하기 때문에 그 자체로 갖는 의의가 분명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모어에서 벗어나 볼 것을 적극 권했다. 밖으로 나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고전문학을 공부하거나 평소 문학에서 쓰지 않는 청년들의 현대말, 방언 등을 쓰는 것으로 '엑소포니'를 경험해볼 수 있습니다. 저는 그 방법 중 하나로 외국어를 선택했을 뿐입니다."

나흘간 한국에 머무는 그는 20일 오후 서울대에서 낭독회를 갖는다. 21일과 22일에는 각각 은행나무와 민음사가 주관하는 북토크가 열린다.

"히루코는 여정에서 모어가 없이도 우정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고향에서 떨어져 나온다는 것은 두렵고 불안한 일로 여겨지지요. 하지만 오히려 바깥으로 나옴으로 인해 삶의 가능성이 넓어질 수 있고, 더 많은 친구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습니다." 19일 대산문화재단과 교보문고 초청으로 방한한 그가 한국 언론과의 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가 이중언어로 작품 활동을 전개하는 이유일 테다.

'21세기 카프카'로 불리는 그는 1960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났다. 1982년 와세다대 러시아문학과를 졸업하고, 독일로 간 이후 독일어와 일본어로 글을 쓴다. 이민 작가로는 드물게 독일과 일본 모두에서 인정받은 그는 양국의 저명한 문학상을 휩쓸었다. 대표작 '헌등사'로 2018년 전미도서상(번역 부문)을 탔고, 매년 노벨문학상 후보로도 거론된다.

그는 자칭 '엑소포니(exophony)' 작가다. 자신의 작업을 이민문학 범주에 넣기보단 '모어 바깥으로 나간 상태'를 뜻하는 엑소포니 문학으로 규정한다. 이날 간담회 사회를 맡은 남상욱 일본지역문화학과 교수는 "역사적 소용돌이에 get more info 의해 어쩔 수 없이 (모어가 아닌) 다른 언어를 쓰는 게 아니라 자발적 선택으로 쓴다는 보다 적극적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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